연연풍진을 보기에 앞서 카페 뤼미에르를 보았는데, 영화가 줄 수 있는 기쁨이 얼마나 깊고 다양한가를 알려준 담백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잊지못할 무심한 음악이 흐르던 카페 신들과 요코가 장원예의 음악을 찾아다닐때 미묘하게 흐르던 음악들이 만들어내는 미장셴들은 오래두고 마셔도 질리지 않는 깊은 차의 향을 닮았다. 허우사우셴은 덤덤하게 주고받는 대사들과 과장 없이, 특별한 카메라의 움직임없이 도시의 삶을 그려내서 보는내내 내가 그 도시에 걷고 있음을 착각하게 만들었다. 한없이 잔잔한 이 영화에서 극적인 부분이라면 요코가 자신의 임신 사실을 밝히는 30분 정도쯤에서의 장면인데, 사실 이 또한 넘어가자면 조용히 넘길수 있는 그런 먹먹한 장면이다. 이 때문인지 특별한 서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터넷의 감상글에서 종종 혹평을 보게 되는데, 이는 사람들이 영화에 대한 정의가 협소해서 그렇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든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마음을 읽어 커피를 내려주는 연남동의 이심커피가 조용한 단골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이 영화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들 담고있기에 왁자지껄한 맛집처럼 줄을 서지 않고도 편안하게 찾을수있는 조용한 단골 카페의 커피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 번, 이 영화를 추천해주거나 좋다고 말해준 주변인들의 깊은 취향에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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