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Gaffigan, Luchern Symphony Orchestra, Dvorak Symphony No.6

드보르작의 6번 교향곡이 비엔나 초연에 성공하기까지는 3년이 걸렸다. 이는 당시 빈 필하모닉의 단원들이 지휘자 한스 리히터와 드보르작에 대한 가진 반감 때문이었다. 게르만족 성향이 다뉴브 왕가의 주를 이루고 있을 때 두 지휘자는 기여코 슬라브 민족에 대한 끊임없는 찬양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특히나, 체코를 사랑했던 민족주의 작곡가 드보르작의 새 교향곡 연주는 당시 비엔나 오케스트라나 비평가에겐 불편한 요소였을테다. 결국, 드보르작의 교향곡 연주를 위해 헌신했던 한스 리히터는 블타바 만에서 열린 6번 교향곡의 초연이 있은 3개월 후인 1881년 3월에 해임된다. 이렇게 고난을 겪던 드보르작과 그의 6번 교향곡은 1883년에 이르러서야 비엔나 초연에 성공한다. 비엔나에는 꽉 막힌 게르만족만 있지는 않았기에, 그의 비엔나 공연은 대 성공을 이뤘다. 음악 비평가 에드워드 한슬리크는 '신선하고 자연스러웠던 그의 초창기 작품들이 이제 꽃을 피운것 같다, 아름다운 관현악 연주는 간결하고 힘이 느껴지는 하나의 청동조각 같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드보르작에 호의적이지 않을것 같던 게르만 계열의 비평가들도 '슬라브 민요의 느낌이 살아있지만, 근저에는 위대한 베토벤이 살아있다!'는 식으로 에둘러 칭찬하기 시작했다. 한슬리크가 이에 동의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6번 교향곡은 그의 교향곡 작곡이 꽃을 피우기 시작할 무렵에 작곡된 곡이다. 완성도나 독창성 면에서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단골 레퍼토리를 장식하고있는 7-9번에 비하면 뒤쳐지는건 사실이지만, 6번 교향곡은 비엔나의 초연이 성공적이었던 것처럼 탄탄한 구조와 독특함이 살아있는 매력적인 교향곡이다. 평론가들이 이 곡에 대해 가장 많이 얘기하는 부분은 브람스의 교향곡과 닮은 1악장과 4악장이다. 이 부분의 소나타 형식을 확장시킨 안정적이나 주제의 등장과 변주는 브람스의 2번 교향곡과 많이 닮아 있다. 하지만 6번 교향곡이 중요한 이유는 이 때문이 아니다, 브람스에게 강력한 영향을 받은 1,4악장과는 달리 목가적인 2악장과 춤곡 느낌이 강한 3악장은 슬라브 민요를 차용해 민속적인 느낌을 한껏 살렸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교향곡은 그에게 영향을 준 위대한 작곡가의 영향력과 민족적 느낌을 살린 독창성 사이에 있는 과도기적 작품이면서도 그 매력을 한껏 살린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곡과 함께 커플링된 '아메리카 조곡'은 원래 드보르작이 1894년, 피아노를 위해 작곡한 곡이다. 이 조곡은 5개의 악장은 탄탄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반면 음악적인 요소들은 상당히 절제된 느낌을 주는데, 장식도 없고 멜로디도 단순하며 심지어는 5음계적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아마 이러한 분위기, 단순한 리듬패턴 그리고 명백한 화음구조는 드보르작이 미국 생활을 하면서 영향을 받았던 아메리카-인디언, 아프로-아메리칸의 민속 음악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민속적인 리듬속의 아메리카 조곡은 전체적으로 슬라브 민족의 보헤미안적인 춤곡의 느낌을 강렬하게 선사한다. 이는 머나먼 타국에서도 조국을 그리워하는 보헤미안 드보르작의 마음이 담겼기 때문일테다.

 Edward Hopper, Rooms by the Sea, 1951

미국의 젊은 지휘자 제임스 가피건과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보기드문 선곡으로 장식한 앨범의 커버에는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그려져있다. 아마도 이 그림은 음악가로서 정점을 달리고 있을때에도, 슬라브 민족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아야 했던, 조국이 그리워 떠나기 싫었지만 미국으로 향해야했던 드보르작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에드워드 호퍼는 사실주의 작가로 종종 분류되어진다. 하지만 그가 그렸던 그림들을 보면, 그가 사실보다는 존재의 고독을 그려낸 추상화가라는 느낌을 받을수 있다. 그가 1951년에 그린 바다 옆의 방(Rooms by The Sea)는 그의 그림에 늘 등장하던 사람이 없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동일한것처럼 보이는것도 이를 증명한다. 천성적으로 내성적이었던 그에게 미국에서의, 도시에서의 삶은 군중속의 고독과 같았을 것이다. 항상 어딘가를 멍하니 응시하는 듯한 그의 그림속 화자들은 그렇게 마음속의 고향을 그리며 안식을 기도한다. 제임스 가피건은 젊은피 답게 박력있고 긴장감있는 리듬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나간다. 그 속에서 드보르작이 숨겨두었던 보헤미안적 감성은 극치를 달린다. 항상 마음속은 자신의 조국, 체코가 있었던 드보르작은 성공가도를 달리며 대서양을 넘나들었을 때에도 외로웠고 고독했다. 그래서 그의 6번 교향곡은 에드워드 호퍼와 훌륭한 마리아주를 이루고,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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