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이 마지막 악장을 달릴 때 즈음 저는 수유동에 있는 세컨드 커피에 도착했습니다. 우연한 선곡이었지만, 왠지 세컨드 커피와 베토벤 소나타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녹음하는 일은 많은 피아니스틀의 목표이자 꿈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실력도 있어야하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바리스타가 자신의 매장을 여는 일이 바로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많은 바리스타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만의 커피를 완성하는 겁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죠. 피아니스트들이 공을 들이는 만큼 바리스타들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수유동, 화계사 입구에 문을 연 세컨드 커피는 두 바리스타의 베토벤 소나타와 같은 카페입니다. 세컨드 커피의 로스터와 바리스타는 모두 종로의 카페 뎀셀브즈 출신입니다. 또한 다양한 대회 출전 및 수상 경험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실전 경험은 물론이요 전문성을 갖춘 바리스타라고 할 수 있죠. 가장 궁극적인 목표일지도 모르는, 자신들의 철학이 담긴 커피를 만들기 위해 이 두 바리스타(혹은 로스터)가 힘을 합쳤습니다.

 

꽤 먼 길을 걸어 세컨드 커피에 도착했습니다.

 

세컨드 커피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맞은편, 화계사 입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가오픈 상태입니다. 8월 25일이 정식 오픈일이죠. 가오픈이라고 하지만 카페는 정상영업을 합니다.

 

메뉴는  간단합니다. 직접 만든 카라멜 소스가 들어간 '카페 골드'라는 메뉴가 인상적입니다.

 

우선 융드립으로 뽑아낸 아이스커피를 맛봅니다. 달달하고 상큼합니다. 풍미도 좋구요.

 

함께 내주신 쿠키와 먹으니 단맛이 더 살아납니다. 카라멜 소스가 살짝 뿌려진 쿠키와 아이스 커피의 마리아주는 단연 최고입니다.

 

커피 잔을 잠시 내려두고 매장을 살펴봅니다. 페마 레전드 E61이네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머신입니다.

 

튀어나온 그룹헤드에도 보일러가 연결돼있어 포터필터에도 그 온기가 전해집니다. 어떤 머신이든 그 머신을 잘 이해하는 바리스타가 추출을 한다면 좋은 커피를 뽑아내죠. 페마는 충분히 훌륭하고 대중적인 머신입니다. 세컨드 커피의 바리스타는 페마에 잘 어울리는 커피를 볶아내려 합니다. 커피는 당연히 맛있을수밖에 없겠죠. 

 

그라인더는 안핌 밀라노. 내구성이 좋고 안정적인 그라인더입니다. 왠지 페마 레전드와 잘 어울리는 느낌이네요.

 

아이스 커피를 내릴때 쓰는 융 드리퍼가 머신위에서 잠시 쉬고 있습니다. 이곳의 아이스커피는 저 커다란 융드리퍼에 커피를 잔뜩 갈아넣고 한꺼번에 내려서 만듭니다. 많은 양의 커피를 내리기 때문에 커피는 맛과 향이 살아납다. 또한 융드립 특유의 바디감과 부드러움도 더해져 깊은 맛을 선사하죠.

 

자, 로스팅실을 둘러봅니다. 1940년대 탄생한, 일흔살이 넘는 프로밧 로스터입니다. 5kg 모델이라고 하네요. 오래된 프로밧은 주물로 되어있어 묵직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이는 로스팅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로스터보다 훨씬 열을 잘 품는다는 장점이 있죠. 오래된 로스터를 구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딱 보기에도 오래돼 보이는 주물로 된 로고입니다. 로스터기를 틀었을때 소리도 독특하더군요.

 

카페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있는 사이에 완성된 비스킷. 아직 정식 메뉴에는 오루지 않았습니다. 계속 레시피를 연구해서 오픈 즈음에는 메뉴에 올릴 생각이라고 하네요.

 

갓 구어진 비스켓에 카라멜 소스를 뿌려주셨습니다. 얼음이 살짝 녹아 더 부드러워진 커피와 함께 먹었습니다. 입이 호강하네요.

 

카푸치노도 주문했습니다. 부드러운 밀크폼이 먹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잔잔한 신맛이 길고 오래 남습니다. 목넘김도 좋구요. 묵직하게 나는 과일맛들이 마지 과일시럽을 연상케 합니다.

 

내공이 담긴 카푸치노 한 잔입니다. 맛있네요.

 

자. 에스프레소에 카푸치노, 융드립으로 만든 아이스커피까지. 마치 WBC 심사위원이 된 느낌입니다.

 

제 점수는요-

 

 

인테리어와 로고 작업은 따로 돈을 들이지 않고 직접했다고 합니다. 카페를 오픈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 이유기도 하죠. 그만큼 정성이 돋보이는 카페 인테리어입니다.

 

사실 세컨드 커피는 로스팅과 원두 납품을 전문으로 합니다. 카페에서 마신 커피가 맘에 드셨다면, 지속적으로 원두를 사먹는것도 추천드립니다.

 

아직은 덥지만, 본격적으로 오픈을 하면 유용하게 쓰일 야외 테라스입니다. 카페 앞에는 공원이 있고 조용한 주택가가 있어서 한적하게 커피를 즐길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매장이 정식 오픈을 하는건 8월 25일. 기물도 조금 더 채워지고 메뉴도 보강이 될겁니다. 원두 납품을 위주로 하지만 카페도 허투로 운영하는건 아닙니다. 페마 머신에서 나오는 맛있는 카푸치노가 마시고 싶으신 분은 가보시길 권합니다.

 

아직 세컨드 커피의 29번 소나타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베토벤 소나타중 가장 어렵다고 하는 29번 소나타 '하머클라비어'의 완주를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이어질 30, 31, 32번 소나타 연주도 기대해봅니다. 훌륭한 소나타 연주는 비단 연주자의 몫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듣는 사람 또한 최선을 다해서 그 연주를 감상해야 하죠. 언젠가는 완성될 그들의 소나타 전곡 연주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낼 많은 관객들이 자리하기를 바랍니다.

 

  • 세컨드 커피 가는 길 - 지하철 4호선 수유역 하차. 3번 출구로 나와 강북02번 마을버스 탑승. '한신대학원, 화계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작은 사거리에서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맞은편을 바라보면 세컨드 커피 간판이 보인다. 버스 이용시 지선버스 1165, 간선버스 121, 151번을 이용해 '화계사입구,한신대학교대학원'에서 내려도 된다. 역시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바라보고 길을 건넌 후, 맞은편을 찾아보면 세컨드 커피를 찾아볼 수 있다.
  • 서울 강북구 수유1동 464-11번지, 070-8226-0012, https://www.facebook.com/2ndcoffee
  • 영업시간 및 자세한 메뉴 소개는 정식 오픈후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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