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계와 저울을 살 생각이 없었던건, 처음으로 맛있게 먹은 만델린 한잔 때문이었습니다. 빡빡머리 아저씨는 능숙한 솜씨로 융에 린스를 했고 계량스푼으로 탁, 한방에 적당한 양의 원두를 덜어냈습니다. 손은 이미 주전자 위로 가 있었습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사이로 손을 올려놓고는 적당한 온도가 될때까지 기다리다가 탁, 하고는 가스레인지를 끕니다. 그리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드립을 했습니다. 시간을 재보지 않아도 커피는 맛있게 추출됐을게 뻔했죠.

핸드드립을 배우면서 재미있었던건, 손맛을 익히는 일이었습니다. 어느정도의 메뉴얼만 있으면 나머진 손맛이죠. 오래 내리다보면 익혀지는 원리. 온도계를 보지 않아도, 초시계를 틀어놓지 않아도 커피는 맛있었습니다. 감각으로 내리 앉은 방법은 레시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죠. 그래서 더욱 전자저울에 거부감이 있었던겁니다.

핸드드립 이외의 다른 추출기구들을 접하고, 원두 리뷰같은걸 작성하면서 문득 저울이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맛보다는 레시피가 중요한 기구들도 많고, 도제방식도 아닌데 언제까지 손맛에만 의존해 커피를 내릴까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기록을 해두고, 지식으로 쌓아두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저울 구매를 결심했습니다. 추출일기를 쓰면서 커피를 좀 더 알고싶었던 거죠.

저울에 문외한(?)인 저는 이것저것 찾아보가가 하리오 저울을 사기로 결심합니다. 그런데 가격이 만만찮아서 구매가 망설여지더군요. 초시계 기능과 저울 기능이 같이 있고, 예쁘다는건 매력적인 부분이지만 말이죠. 고민끝에 트친들에게 저울에 대한 조언을 구합니다. @coffeemanblues님께선 하리오 저울의 반응성을 지적해주셨습니다. 오히려 2만원대 저울을 추천해주셨죠. @evenflow5150님도 부팅속도나 반응성 측면에선 2만원대 저울을 추천합니다. @Witchark 님께선 베이킹용 저울 브렌드인 드레텍을 추천해주셨구요. 여기에 기반해 각종 리뷰와 가격 정보를 찾아봅니다. 그러다 발견한 저울이 바로 이것!

드레텍 KS-210모델입니다. 제가 구매한 가격은 2만 7천원입니다. 저울에 시계기능과 타이머 기능이 탑재된 모델이죠. 드레텍은 일본 저울 회사인데 주방용 전자저울 모델을 많이 판매하고 있습니다.

포장을 뜯으니 이렇습니다.

세울수 있는 기능도 있네요. 아마 시계기능때문에 그런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구매한 밀로 원두입니다. 정확이 20그램을 재고.

 

 

추출 완료 후에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른 모델과 비교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만, 반응속도는 확실이 좋은것 같습니다. 물을 붓자마자 무게가 반영이 되더군요. 초시계 조작도 간편했구요. 다만 부팅속도는 확실히 느리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편할정도는 아니구요.

사실 디자인 측면에서 해외 바리스타들이 사용하는 모델이나 추천한 모델을 사고싶었습니다. 하지만 배송비 문제도 있고, 저가 저울을 사보고 나중에 좋은 저울을 구매해도 되겠단 생각이 들어 드레텍 전자저울을 구매했습니다. 무난한 디자인과 반응속도 그리고 초시계 기능까지. 이 가격대에 성능비가 이 정도니 만족스러운 구매라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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