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fred Brendel - Impromptus(D.899)

 



눈이 온다. 커피를 갈고 물을 끓인다. 커피를 다 내리고 나면 의자를 챙긴다. 눈이 오는 풍경을 잘 볼 수 있는 자리에 의자를 둔다. 풍경에 어울리는 음악을 틀고 커피를 마신다.

Gabor Boldoczki의 바흐 트럼펫 협주곡(으로 편곡한)을 듣는다. 식상하지만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도 듣는다.  Albrecht Mayer의 오보에 연주는 겨울들어 가장 많이 찾는 음반이다. 요래저래 눈하고 어울리는 음악을 찾다가 듣게된 슈베르트. 결국엔 슈베르트로 커피잔을 비우고 들어왔다. 오늘 들었던 곡은 D899. 슈베르트가 작곡한 두개의 즉흥곡집 중 하나(Op.90)다.  두 즉흥곡집 모두 슈베르트 사후에 출판됐고, '즉흥곡'이란 제목은 출판가가 붙였다고 한다.

사실 음악을 듣기전에 설명부터 읽자치면 지루하기 짝이없다. 가령 이곡은 음조가 어떻게 되고 도이치 번호는 어떻고, 작품번호는 어떻고, 곡의 흐름은 어떠며 어떤 형식이고 등등. 더군다나 고전음악에 관심이 없는 경우는 더 그럴것이다. 나부터도 처음 이 곡을 설명을 접했을땐 그랬으니까.

눈오는 날 자연스럽게 D899를 들을 수 있었던건 기억 덕분이다. 
내가 음악을 기억하는 방법은 매번 같은 방식을 따른다. 슈베르트의 예를 들자면 이렇다. 지난 겨울쯤이었고, 광화문 커피에서 라디오로 흘러나오는 D940을 들었다. 선배는 더 좋은 연주가 있다며 나에게 Paul Lewis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어렴풋이 기억된 그 멜로디가 어느날 갑자기 생각났고, 기억을 더듬어 음원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그리곤 무한 반복. 귀에 박히도록 슈베르트이 피아노 듀엣을 들었다. 그리고 곁들여 받은 다른 작품들도 들어두었다. 겨울에 들은 슈베르트는 그렇게 강력한 기억으로 남았다. 찬 바람이 불면 의례 슈베르트가 생각났다. 겨울에 잘 맞는 옷차림이라 생각했다.

다시 슈베르트를 꺼내들은건 올 겨울,  아이팟 한 가득 슈베르트만 담아서 들었다. 몇시간이고 반복된 슈베르트 플레이. 그렇게 나는 슈베르트 소나타를 기억속에 담아두었다. 맘에드는 것들은 해설도 찾아보고 악보도 읽어보았다. 기억을 넘어서 각인이 된 슈베르트는 이제 온전히 내것이 되었다. 오랜시간 집중해 다시 슈베르트를 들었다. 이젠, 언제쯤에 슈베르트 소나타를 들어야 할 것인지를 알게 됐다. 여름아닌 겨울, 눈이오거나 비가 오거나 찬바람이 몰아치는 밤 혹은 새벽. 나는 내 기억속의 음악을 들었다.

대부분의 음악이 이런식 기억되고 플레이된다. 어떤식으로든 많은 음악을 들으려 노력한다. 시간을 내서라도 그 음악을 몇번이고 들어본다. 그 곡을 작곡한, 연주한 사람 만큼이나 음악을 들었을때 그것은 온전히 내 것이 된다. 그래서 오늘 나는 슈베르트를 들었고, 눈이내리는 풍경속의 피아노 연주는 오늘 하루를 따뜻하게 채워주었다.

이제 다시 슈베르트에 대한 글들을 찾아본다. 까막눈이지만 악보도 훑어본다. 
평론가들은 슈베르트의 즉흥곡이 서정적인 멜로디의 결정판이며 그의 뛰어난 표현력을 보여주는 곡이라 평가한다.  이 곡에는 가식도 없고 넘치는 서정도 없다. 밸런스가 잘 잡힌 한 병의 와인같은 곡이다. 3악장과 4악장은 이 곡의 백미다. 긴 멜로디 라인에서 긴장을 뽑아내는건 멘델스존의 무언가(Lied Ohne Worte, Op.109)를 연상캐 한다. 

내가 처음 들었던 건 오스트리아 출신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Alfred Brendel의 연주다. 평론가들이 왜 이 곡을 슈베르트의 타고난 서정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연주이기도 하다. 넘치지 않으면서도 절제된 그러면서도 풍부하고 따뜻한 연주다.  그 밖에 또 추천하는건  Paul Lewis, David Fray의 음반이다. 둘다 최근에 발매됐으니 구입해서 들어보는것도 추천한다.

영상은 Alfred Brendel, 덧붙여 Paul Lewis와 David Fray의 음반 정보를 소개한다.


Paul Lewis
http://www.limelightmagazine.com.au/Search/Default.aspx?q=david%20fray%20impromptus



David Fray
http://www.guardian.co.uk/music/2010/jan/21/schubert-moments-musicaux-impromptus-d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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