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커피 이야기

     맛있는 커피를 위한 6원칙
  • 신선한 배전두(볶은커피)
  • 청결한 도구
  • 신선한 물
  • 기구에 맞는 적당한 굵기
  • 적당한 분량
  • 추출시간과 온도 지키기

맛있는 커피를 위한 6원칙. 커피를 막 배우기 시작할 때, 노트에 열심히 필기 해 둔 내용이다. 간단하면서도, 지키기 까다로운 내용이다. 하지만 맛있는 커피를 내리기 위해서 언제나 저 6가지 항목들을 기억하며 커피를 볶고, 갈고, 내린다. 이 기준은 나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카페를 갈 때 마다 유심히 체크하는 항목들이다. 신선한 커피를 사용하는지, 주방을 청결하게 쓰는지, 신선한 물을 사용하는지, 적당한 굵기의 커피를 적당한 분량으로 최적의 온도에서 추출하는지를 살핀다. 조금만 관심있게 카페를 둘러보면,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다.
당연하겠지만, 이 6가지 원칙을 지키는 카페 중에서, 커피맛이 별로인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가령 내가 자주가는 홍대의 카페 헤이마(Heima)는 이 6원칙에 충실하다. 헤이마에선 항상 열정이 가득한 로스터분께서 콩을 볶는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볶은 원두를, 가장 적당히 숙성된 상태에서 손님들에게 대접한다. 청결한 주방은 언제나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커피를 위해 따로 정수기를 설치한 것은 물론이며, 최상의 머신으로 최고의 커피를 내려주려 노력한다. 추출이 잘못된 커피는 절대 손님에게 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 추출된 한잔의 커피를 대접하려 노력한다. 이는 내가 헤이마를 자주 찾는 이유이며, 그곳의 커피가 맛있는 이유다. 연남동에 있는 카페 이심에선, 언제나 신선한 커피를 맛 볼 수 있다. 사장님께선, 커피를 가장 최상의 상태에서 대접하고자 노력하신다. 오랜 경험에서 나온 직감으로, 가장 적합한 온도에서, 적합한 방법으로 커피를 내려주신다. 그곳의 커피는 언제나 신선하며, 부드럽다. 오픈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도 이유지만, 카페는 언제나 깨끗하다.

맛없는 커피 이야기

까다롭게 보여도, 나는 대체로 대부분의 카페에 후한 점수를 주는 편이다. 자신의 카페에 최선을 다하는 로스터, 바리스타는 언제나 저 6원칙을 지키려 노력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커피맛도 맛있어진다. 문제는 취향의 차이다. 내가 카페에 가고, 맛에 대해 표현하고, 리뷰를 하는 이유는 각 카페가 가진 성향에 대해 기록을 하기 위해서이다. 이 기록이 나의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항상 나는 최선을 다해 리뷰를 하고자 한다.

전주에 내려가 카페를 찾아다닌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작년에 전주에서 들른 한 로스터리샵이 인상깊게 남아, 전주의 카페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여름, 다시 전주의 카페들을 들러보기로 하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았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전주시 D동에 있는 B카페를 찾았다. 로스터리 샵에, 각종 블로거들의 칭찬으로 유명한 카페였다. 하지만, 나는 메뉴판을 보는 순간 부터 화가 났다. 그리고 주문을 하며 화가 났고, 커피를 마시면서도 화가 났다.



메뉴판에는 내가 여지껏 한번도 보지 못한 식의 가격표가 있었다. 원두가 3그람 늘어날 때 마다, 가격이 2000원씩 오르는 특이한 방식이었다. 사실 여기서 크게 화가 난 건 아니었다. 정확한 추출을 한다는 자부심과, 훌륭한 원두를 내려준다는 자신감이라면, 이정도는 이해할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양한 메뉴를 가지고 있으면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만큼의 노력이 들어갈 것이고, 이정도의 가격을 받는다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든 것은 주문을 하면서부터였다. 내가 주문한 두 종류의 커피가 없어서 직원이 두 번이나 바와 내가 있는 테이블로 갔다왔다했다. 결국, 있는 커피가 무엇이냐 물어보았고, 원두가 있는 진열장을 살펴보던 직원이 남아있는 커피를 알려주어 주문을 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화가나기 시작한 건, 커피맛을 보면서부터였다. 그래도, 기대는 했었기에, 차분한 마음으로 커피잔을 들었다. 그리고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나는 실망을 했다. 정말 맛이 없었다. 내가 가장 저렴한, 연한 커피를 주문하기도 했지만, 이 커피는 맛이 연하다기보단 어떠한 특징도, 개성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이 간 여자친구는 커피가 조금 오래된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혹시나 해서, 난 계산을 할 때 커피의 로스팅 날짜를 물어보았다. 놀랍게도 커피가 볶아진 날짜는 각각 5일과 11일이었다. 우리가 카페를 찾은 건 22일. 그러니까 각각의 원두는 18일과 12일이 지난 커피라는 것이었다. 신선한 커피의 유통기한을 2주를 기준으로 한다면, 12일된 커피까지는 그래도 용서가 됐다. 하지만 볶은지 18일이 지난 커피를 판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카페에선 나름 핑계를 댈 수도 있겠다. 혹은 내가 오해를 했을 수도 있다.
그날따라 원두가 없을 수도 있었고, 그나마 남은 커피가 얼마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오래된 커피를 내려줬을 수도 있다. 혹은 이 카페는 원래 오래된 원두를 내려주는 카페일 수도 있다. 또, 워낙에 비싼 생두를 쓰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 커피를 팔 수 밖에 없을 수도 있다. 직원들은 이제 막 커피를 배워나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분별이 없어서 실수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사실이라고 해도, 난 이 카페를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단 한잔의 커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카페들이 있는데, 이렇게 무심한 카페를 다시 찾을 이유도 없을 것 같다. 적어도 커피 맛에 신경쓰고, 손님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카페를 다녀온 다음날, 나는 또 한 잔의 맛없는 커피를 만났다.

또 박씨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시간은 18~23초로 정해져 있어서 추출시간이 이 범위를 벗어나면 에스프레소를 버려야 한다"면서 "에스프레소 추출이 잘못됐다면 음료 제조에 쓰지 않는 것이 맞지만 바쁜 아침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이를 완벽하게 지키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모 프렌차이즈 커피샵의 커피 맛에 대한 내용이 담긴 기사였다. 추출시간을 지키지 않은 커피에 대한 내용이다. 워낙에도 잘 찾아가지 않지만, 이런 얘기를 듣고나니 가고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음식으로 치자면 불어터진 라면이라든지, 익지 않은 쌀밥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당연히 맛 없을 수 밖에 없고,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바로 버려야 할 커피이다.

다시 맛있는 커피 이야기

이야기는 간단하다. 로스팅은 요리이고, 커피를 추출하는 일 또한 조리에 속한다. 청결함은 기본이고 재료의 신선함을 유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음식점에 가서는 이러한 일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데 익숙하면서, 카페에 가서는 너무나 무심해진다. 언제부턴가 맛없고 쓴 커피엔 시럽을 넣어 먹는 게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아니, 커피는 원래 쓰다고 생각하는게 당연한 사실이 되어버렸다.

바람이다. 음식에 대해 민감한 만큼, 커피에 대해서도 민감했으면 한다. 로스팅과 커피를 요리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수 많은 음식점에게 잔반을 다시 쓰지말라고 하는 것 처럼, 신선한 재료를 요구하는 것 처럼, 깨끗한 주방을 요구하는 것 처럼 카페에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으면 좋겠다. 기본적인 원칙만 지킨다면 커피는 더 맛있어 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진짜'커피는 원래 맛있다. '진짜'커피를 즐기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커피를 선택하는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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